지난 8월초 배우 박용식씨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바이러스패혈증으로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올들어 경남, 경기, 강원 등지에서 홍역이 발생했다. 문제는 홍역 바이러스 대부분이 국내에서는 보고된 적 없는 유전자형이라는 것. 학계에서는 해외에서 감염된 여행객을 통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입된 법정감염병이 2009년 148건에서 지난해 353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감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 여행 전 전문의 상담
백인기 해외여행클리닉 원장은 “해외 여행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은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가 많다”며 “해외여행 또는 어학연수를 가기 전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백신분야에서 전국적 지명도를 갖고 있다. 계명대 의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수십년간 백신분야를 집중 연구해 왔다.
대구·경북에선 유일한 소아·청소년 감염 전문의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기자와 인터뷰 도중에도 안동의 한 병원 관계자와 전화 통화로 수두백신에 대해 자문을 해줬다.
백 원장은 최근 해외여행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전염병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해외여행 도중 또는 귀국 후 현지에서 감염된 전염병으로 고생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여행 전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일부 국가에서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입국을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여행뿐만 아니라 유학·어학연수·이민 수속을 밟을 때도 예방접종증명서(영문)는 필수적이다. 최근 미국 출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백 원장은 유학 등 해외 장기체류의 경우 필수 예방접종은 물론, 그 지역에 유행하는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으로 유학갈땐 홍역·볼거리·풍진(MMR)을 두 번 접종한 것과 결핵반응 검사는 예방접종 증명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며 “하지만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현지 학교에서 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해외 여행을 떠날때도 안심해서는 않된다.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등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감염병도 조심해야 한다. 여행자 설사(Travelers’ Diarrhea), 콜레라, 장티푸스, A형간염 등은 물과 음식에 의해, 홍역·인플루엔자는 사람에 의해 전염된다. 고온다습한 동남아에서는 바이러스나 세균 관련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
국가별 감염병도 다양하다.
백 원장은 “황열은 아프리카, 남미가 오염지역이고 콜레라는 미얀마, 인도, 필리핀, 카메룬, 도미니카 공화국 등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남미 지역을 여행할 때 주의해야 한다”며 “페스트는 중국과 페루,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은 아시아와 중동, 뎅기열은 동남아시아, 중앙·남 아메리카에서 환자 보고가 많다”고 했다.
특히 여행자가 염려하는 병이 말라리아다.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 남태평양(파푸아뉴기니, 솔로몬 군도) 등이 위험지역이다. 말라리아는 얼룩날개모기에 의해 전파되며, 고열과 발한, 빈혈, 황달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장기의 손상으로 사망할 수 있다. A형 간염과 장티푸스는 위생상태와 식수 관리가 불량한 지역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 반드시 예방접종 해야
여행자와 여행 목적에 따라 필요한 접종은 달라진다. 말라리아는 여행지의 감염 위험도와 내성 말라리아 발생 여부에 따라 예방약의 종류와 복용기간이 달라진다. 예방약은 종류에 따라 여행 1~2주 전(매일 복용하는 약은 여행하기 1~2일 전)에 복용을 시작해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벗어난 후에도 1~4주까지 복용을 지속해야 한다.
아프리카나 남미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황열 예방접종이 필수적이다. 황열 백신은 해외여행 출발 10일 이전에 접종지정센터에서 접종받아야 하며, 여행지에 따라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 없이는 입국이 불가능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A형간염은 2회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 대사성질환이 있는 경우 미리 충분한 약을 처방 받아 준비하고, 약의 성분명이 기록된 처방전도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으면 응급상황에 대비한 처방을 받아 약과 비상 대처방법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비상약으로 여행자 설사에 대한 처방을 받아 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행자 설사는 여행을 망치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애완용 개나 고양이일지라도 공수병에 대한 예방이 전혀 되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등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말아야 한다. 야생 원숭이, 설치류, 박쥐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고산 등반을 위한 해외여행도 증가하는 만큼 고산병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대략 해발 3천m이상에서 고산병이 생길 수 있으므로 하루에 갑자기 고지대로 이동하지 말고, 서서히 올라가면서 희박한 산소 농도에 몸을 적응 시켜야 한다. 갑자기 두통, 피곤, 식욕상실, 구토 등이 생기면 고산병을 의심하고 더 이상 오르지 말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백 원장은 “해외 유명 도시의 경우 위생과 방역이 잘 이뤄져 있어 안심할 수 있지만 최근 급증하는 오지체험 관광은 주의해야 한다”며 “각종 감염병이 발생하는 것도 계절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나는 만큼 현지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전문가와의 상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